2019. 7. 6. 14:17
140203 월요일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진 작가에게, 어느 날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떤 것부터 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사진작가는 주저 없이 입을 열었습니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일단 렌즈 뚜껑부터 열어야겠죠?"
일단은 렌즈 뚜껑부터 열어라, 지금 저한테 꼭 필요한 말인 것 같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실수하면 어떡하지. 어떻게 하면 잘하는 걸까. 계속 그렇게 결과만 생각하고, 결과만 고민하고, 결과만 집중하다 보니까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부턴 이 생각만 할까 합니다. 일단은 시도해보기. 그리고 부딪혀보기.
140203 <오프닝> 中
게임 회사에서 게임을 설계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이 있다고 한다. 그건 레벨이든 계급이든, 아이템이든. 어딘가에 게임을 하는 사람이 성장한다는 설정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그 게임에 깊이 빠져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평범한 사람도 게임이란 거에 한 번 빠지면 왜 그렇게 헤어나오질 못하나, 늘 궁금했었는데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느낌. 그리고 그 느낌은 일을 할 때도, 뭔가를 배울 때도. 하다못해 연애를 할 때도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방법 중 하나는 상대방에게 자신이 점점 괜찮다는 걸 생각 들게 해주는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같이 있으면 있을수록 더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듯한 느낌을 줄 때. 그럴 때, 상대방은 흠뻑 빠져든다면서 말이다. 그러고 보면, 게임 안 세상이든 게임 밖 세상이든 기본적인 속성은 비슷하다. 내가 어제보다는 좀 더 성장했으면 좋겠고, 그 성장을 내 주변 사람들이 조금은 알아줬으면 좋겠고. 그리고 어제보다 좀 더 나은, 괜찮은 오늘이 됐으면 하는 것 말이다.
140203 <새 글이 등록되었습니다> 中
140204 화요일
혹시 '화이트 노이즈', '백색 소음'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우리 귀에 익숙한 소리들, 예를 들면 빗소리,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이런 소리들을 말하는데요. 이 백색 소음은 분명 소음은 소음인데 적당히 시끄러워서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안정감을 준다고 하죠. 적당하게 시끄러운데 편안함을 준다. 너무 시끄럽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조용하지도 않게. 그렇게 곧 잠들 걸 알면서도 굳이 라디오를 켜놓는 것 처럼요. 적당히 시끄럽게. 들을수록 편안하게. 어느새 익숙하게.
140204 <오프닝> 中
"생각보다 괜찮은데?"
"이건 생각보다 별로인 것 같아."
"이 정도면 생각보다 잘 나온 거 아냐?"
내가 평소에 자주 쓰는 말들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도 마찬가지고, 일을 할 때도, 그리고 사람을 만날 때도 종종 그런 말을 한다. 생각보다 좋았거나 나빴다고. 소개받은 일이나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정보나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을 바탕으로 '이러이러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먼저 만들어 놓을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생각이라고 착각하기 쉬운 내 편견 안에 갇혀있을 때도 많다. 그러고 보면 어떤 사람이나 일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게 방해하는 건 나 자신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나는 앞으로 이 '생각보다'라는 말을 좀 줄일 생각이다. 내 생각이란 게, 사실은 편견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140204 <새 글이 등록되었습니다> 中
저 같은 경우는요, 사실 걱정이 많은 편이에요. 근데 사람이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이미 일어난 일이거나 자신의 힘으로 결과를 바꿀 수 없는 것들이다 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으면 그것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앞에 나가서 다른 일을 걱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140204 김종현, <사려 깊은 오빠 씨> 中
Q: 꿈이 없는 게 고민이에요. 이 나이에 꿈이 없는 건 괜찮은 걸까요?
A: 꿈이 없는 게 고민일 수는 있지만 절대 잘못된 건 아니에요. 찾는 과정이 재밌는 거고, 찾는 과정에 의미가 있는 거고. 행여 40살, 50살이 넘어서 꿈을 찾을 수도 있는 거고.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사회인이 되면 필수로 꿈이 있어야 된다, 이건 잘못된 말인 것 같아요. 꿈을 가진다는 게 어떻게 필수인가요. 찾으려고 하는 노력이 필수일 순 있죠.140204 이지형, <사려 깊은 오빠 씨> 中
저도 여러분을 향해 걷고 또 걷고, 해야겠죠? 천천히 다가가겠습니다. 푸른 밤 가족들과 함께 가는 이 길이 여러 갈래로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가겠습니다. 어쩌면 지쳐 쓰러질 수도 있고요, 길을 헤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푸른 밤의 빛나는 별처럼 여러분들이 저를 붙잡아 주시고, 힘을 주시면 단 하나의 에움길로, 우리 가족 모두에게 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140204 <클로징> 中
140205 수요일
오래된 영화, <제3의 사나이>에서는 남자가 이런 말로 고백을 합니다.
"내가 웃긴 표정을 짓고 물구나무를 서서 다리 사이로 웃어 보여도. 난, 안 되겠죠?"
그리고 <국화꽃 향기>에서는 이렇게 고백을 하죠.
"후배 주제에 좋아한다고 하면 웃을 거예요?"
영화 속 주인공들은 좋아한다는 말을 참 다양한 방법으로 합니다. 절대 평범하게는 안 하죠. 어떨 땐 애처롭게, 또 어떨 땐 보는 사람도 낯간지럽게 하거든요. 근데 참 이상한 건 그런 고백들이 해피엔딩으로 맺어졌건, 쓸쓸하게 새드엔딩으로 맺어졌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는 겁니다. 아마 당시에 느꼈던 설렘 때문이겠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설렘과 떨림. 저는 요즘 이곳에서 경험중입니다.
140205 <오프닝> 中
하루종일 바빴다. 그리고 사소한 모든 것이 나를 건드렸다. 점심시간도 없이 이어진 업무에 업무. 흐름을 끊는 전화 벨소리들. 이 상사의 요구와 저 상사의 구박까지 한 모금 더 들었다. 출근한 지 열세 시간 만에 사무실을 나와 산소 호흡기를 찾듯 급하게 이어폰을 꺼냈다. 쿵쾅쿵쾅 울리는 음악이 듣고 싶었다. 나 대신 누군가 소리 질러줄, 그런 대리만족이 필요했다. 그런데 아침까지 멀쩡하던 이어폰이 한쪽이 갑자기 먹통이 됐다. 이쯤 되니 그냥 헛웃음이 난다. 집에 오는 길, 아무에게도 이런 엉망인 기분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입을 열면 울컥 눈물부터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편의점에 가서 맥주 한 캔을 샀다. 집에 오자마자 씻고 맥주를 들고 라디오를 켰다. 내가 입을 다물고 있어도 내 옆에서 조곤조곤 여러 사람들의 하루를 말해주는 목소리를 듣는다. 타인이 추천한 타인의 취향인 노래도 듣는다. 아무도 내게 고생했다, 수고했다 말해주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지쳤던 맘이 조용히 충전돼간다. 힘들었던 오늘 하루, 끝.
140205 <새 글이 등록되었습니다> 中
낙담하신 분들 많을 것 같아서, 이 대사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아직 세상이 끝난 것도 아니고, 내일은 다시 올 거거든요.
140205 김종현, <클로징> 中
140209 일요일
한 남자가 요트를 타고 오대양 일주에 성공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감탄을 하면서 바다를 정복한 소감이 어떤지 질문들을 했는데요. 이 물음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한 번도 바다를 정복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그냥, 단순히 바다가 좋은데요."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해서'가 아니라 '음악 공부를 위해서'라는 이유를 대면 뭔가 딱딱하고요. 연애를 하는 것도 무슨 '작전', '공략', '작업', 이런 단어들을 붙이면 단어 자체가 괜히 훼손되는 느낌이죠. 그래서 푸른 밤 가족들도 이런 이유로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목소리가 좋아서. 듣다보니 재밌어서. 그냥, 끌려서.
140209 <오프닝> 中
누가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산다고 했나요? 아니에요. 잘 생각해보세요.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살죠.
140209 <Nineteens, but goodies> 中
140210 월요일
보통 시차라고 하면 나라와 나라 사이, 물리적인 거리 안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때론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이 시차라는 게 존재합니다. 오전에 일을 해야 집중이 더 잘 되는 사람, 어두컴컴해야 집중할 수 있다는 사람. 이렇게 둘 사이에도 시차가 존재하는 거겠죠? 나랑 맞다, 안 맞다 평가할 수 있는 것중에 같은 시간대를 보내느냐, 안 보내느냐 이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지금 라디오를 듣고 계신 분들, 전혀 다른 공간에 있지만 같은 시간에 같은 사연을 듣고 있는 거, 그거 하나만으로 공감대가 생기는 거겠죠? 서로 같은 감성을 공유하면서 함께 깨어있다는 걸 확인하는 시간, 오늘과 내일 사이.
140210 <오프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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